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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비행이 말하는 프리젠테이션 [3] 발표자편

by 금단현상 2008.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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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맥북을 쓰는 사람들 / 야간비행님


※ 책임의 범위 : 야간비행은 전문 디자이너나 프리젠터가 아닙니다. 따라서 당신이 이 글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했다가 디자인 강의에서 C학점을 받거나 직장 상사한테 쿠사리(x)혼쭐이 나도 야간비행은 절대 책임지지 않습니다. 낄낄


※ 퍼 가실때는 :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의 CCL원칙만 지켜주시면 됩니다.


안녕하세요. 야간비행입니다.


원래 [ 화면구성편 -2- : 서체 ]를 준비중이었지만, 자료 수집이 부실한 관계로 내일(10월 24일)쯤에 올리기로 하고 오늘은 발표자편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땜빵(?!)으로 나온 내용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심오합니다. -_-a 어디 가서 이런 이야기 듣기 상당히 힘드니 끝까지 집중해서 읽어주세요. ㅎㅎㅎ


<"발표자가 발표만 잘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이 글을 바칩니다. >


발표자는 자신의 발표내용, 키노트 화면 내용, 유인물과 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발표내용 뿐만 아니라 숨어있는 발표내용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① 발표자가 사용하는 제반 메시지의 상징성 (어조/억양/단어선택과 같은 언어적 메시지는 물론 제스처/바디랭귀지/발표자의 복장/Eye Contact와 같은 비언어적 메시지도 포함합니다)

② 화면 구성의 상징성 (테마와 메시지 뒷면에 담긴 의미)

③ 발표장소가 가지는 공간의 상징성 (연단이 있는 회의실이냐, 계단 강의실 형태의 회의실이냐와 같은 발표장소의 형태, 인테리어나 조명상태 또는 채광상태 등 공간요소가 주는 분위기)

 
이런 것들이 가지는 의미와 작용방식을 심리적, 사회적, 철학적 견지에서 꿰뚫고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징을 발표내용에 맞게 적절히 조절하고 조합해서 발표내용과 연관지어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능숙해야 합니다. 상징성의 파악과 유효적절한 전략 사용을 통해 발표자는 ① 자기 자신, ② 발표 내용, ③ 발표 환경, ④ 청중을 완벽히 장악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러야 합니다. 당신이 최고의 발표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이 모든 임무를 완수해야 합니다.


당신이 신(神)처럼 청중을 쥐고 흔들면서 훈계하든, 어머니처럼 그들을 따뜻하게 감싸면서 메시지를 전하든, 연예인처럼 그들을 즐겁게 하면서 이야기를 하든 그것은 당신의 스타일입니다. 당신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어떠한 스타일을 선택하든 당신은 앞서 말한 세 가지 상징성을 알아야 하고 네 가지 요소를 장악해야 합니다. 그것은 당신의 의무입니다. 일류를 뛰어넘어 초일류 발표자가 되고 싶다면, 유체역학 발표를 하든 C언어 발표를 하든 당신은 푸코를 알아야 하고 부르디외처럼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징성에 대한 몇 가지 예를 들어서 이야기를 전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후의 내용은 tendency가 그렇다는 것이니 유념하시고, 실제로 발표를 할 때 case by case로 벌어지는 돌발상황에 대해서는 각 발표자가 알아서 슬기롭게(ㅋㅋㅋ) 대처하시기 바랍니다.


─────────────── [ 1. 공간의 상징성 ] ───────────────

공간의 상징성에는 권력이 들어 있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요.


공간의 예 [1] : 연단이 있는 평면 회의실 (중간 크기의 공간)


바닥이 평평하고, 바닥으로부터 약간 높이를 띄운 연단이 있는 평면 회의실이 첫 번째 예입니다. 푸코가 말한 판옵티콘의 성격을 지닌 공간입니다. 당신은 청중보다 높은 위치에 서서 청중을 내려다보고 감시할 수 있습니다. (눈치가 빠른 분은 아시겠지만, 학교 교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공간 구조입니다) 이런 공간에 들어온 청중은 심리적으로 위축됩니다. 감시받는다는 느낌을 받고요. 뻘짓만 하지 않는다면 청중을 장악하기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공간입니다.


이런 곳에서 발표할 때는 조명을 낮추고, 블랙 테마(딱딱한 폰트를 사용하고 무채색으로 화면을 구성해 위압감을 더합시다)를 쓴 키노트 파일을 사용해 신(神)처럼 청중을 쥐고 흔드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이 때 청중 쪽 조명은 밝혀 두고 연단 쪽만 끄도록 합시다. 청중 쪽 조명까지 꺼버리면 그들은 '감시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않습니다. 연단 쪽 조명을 끄고 청중 쪽 조명을 밝혀두면 청중은 발표자를 보기 힘들지만 발표자는 청중을 쉽게 바라보고 감시할 수 있는 상황이 됩니다. 판옵티콘에 더욱 가까워지고, 청중을 장악하기 쉬워집니다.


이렇게 발표자가 청중 위로 올라선 권력관계가 형성되었다면, 질문이나 대화를 주고받는 발표방식보다는 (역시 神처럼) 혼자 떠드는 발표가 최고입니다. 발산적인 답변이 필요한 질문(예 : "라플라스의 악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을 던진다면, 이미 잔뜩 주눅들어 있는 청중(들)에게서 당신이 원하는 답을 얻어낼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괜히 분위기만 더 싸해지죠. 굳이 질문을 던지기를 원한다면 단답식으로 답변할 만한 것들(예 : "퀴블러 로스가 말한 죽음의 5단계가 뭐죠?")을 던지는게 그나마 낫습니다. 단답식 질문과 답변은 의견을 수렴하거나 발표내용을 풍성하게 만들기보다는 발표 내용에 구색을 맞추는 양념에 가까우며, 청중은 당신의 발표를 완성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고, 당신의 위대한 발표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기억장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발표자는 자신만만하다 못해 조금은 오만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간의 예 [2] : 계단식 강의실 (넓은 공간)


원형극장이나 오페라극장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여기에서 발표자와 청중의 권력관계는 전도됩니다. 청중이 발표자보다 높은 위치에서 발표자를 내려다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발표장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 잡스 할애비가 와도 1번 공간처럼 청중을 쥐고 흔들 수 없습니다. 푸코식으로 말하면 청중이 시선의 권력을 쥐고 있는 상황이고 프로이드식으로 말하자면 청중이 초자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상황이죠.


이런 곳에서 발표자가 청중을 지배하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프로이트식으로 말해 발표자가 청중의 부모처럼 군림하려 든다면, 초자아의 구속이 풀린 남성 청중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발동해 남성 발표자를 잡아먹으려 들 것이고 여성 청중은 엘렉트라 컴플렉스를 발동해 여성 발표자를 잡아먹으려 들 것입니다. 자신과 같은 성(性)의 청중으로 가득찬 강의실에서 이런 식으로 발표를 한다면 질문/답변 시간에 아주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의 집중포화를 얻어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냥 무덤 파는 짓이죠. (제가 실제로 이런 상황에서 남성 청중들에 의해 안드로메다까지 관광당해봤습니다) 만약 자신과 다른 성(性)의 청중으로 가득찬 상황이라면, 당신이 매력적으로 발표를 할 경우에 한해(만약 당신이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겪고 있는 아들을 매혹시킬 정도로 아름다운 어머니처럼 행동하거나 엘렉트라 컴플렉스를 겪고 있는 딸을 매혹시킬 정도로 멋진 아버지처럼 행동한다면)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그러나 푸코적으로 해석한다면 청중이 자신과 같은 성이든 다른 성이든, 이런 공간에서 청중을 지배하려 드는 건 무모한 짓거리입니다. 결국 발표자는 '보여지는' 상황에 있는 것이고 판옵티콘에 수용된 죄수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발표자의 시도는 청중이라는 권력집단에 대한 무모한 도전으로 비쳐질 것이고, 청중은 기를 쓰고 발표자의 허점을 찾아내 공격해서 그의 항복을 받아내려 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적으로 프로이트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재미있는 소설을 쓰자는 게 아니고 예상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글을 쓰는 게 목적이므로 푸코적인 견지를 따라가보도록 하죠. 이런 곳에서 발표를 한다면 발표자는 연예인처럼 행동하는 게 좋습니다. 청중을 웃기고, 청중의 허를 찌르는 유머를 던지고, (얼간이 짓을 하든 자학개그를 하든 해서) 스스로를 낮추고 청중에게 상대적인 우월감을 느끼게 해 주어서 그들을 즐겁게 하는 편이 훨씬 더 좋은 반응을 얻을 것입니다. 발표자가 청중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만큼, 뻣뻣하게 버티는 것보다는 적당히 굽신굽신대는게 좋습니다.


단정적인 언사를 피하고 좀 더 공손한 제스처를 취합시다. 발산적인 답변이 필요한 질문을 가끔 던지는 것도 괜찮습니다. (질문-답변 과정이 너무 늘어지지 않도록, 즉각적으로 생각해 짧게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을 준비해야겠죠?) 키노트는 재미있고 아기자기하게 짜는 게 좋겠고요, 어둡고 위압적인 테마보다는 밝고 화사한 테마, 혹은 편안한 테마가 잘 어울립니다.


공간의 예 [3] : 연단이 없는 평면 회의실 (비교적 좁은 공간)


1번 예와 2번 예를 읽으셨다면 여기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대충 짐작이 가실 겁니다.


이곳에서는 발표자와 청중이 동등한 권력을 소유하고 있어서, 대학원 세미나와 같은 방식의 발표진행을 하기에 좋습니다. 평면 공간은 비교적 좁은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청중의 숫자도 그다지 많지 않고, 상대적으로 '구경꾼 효과'도 덜 하기 때문에 청중에게 질문을 던져도 즉각즉각 답변이 나올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발표가 좀 더 인터랙티브해지겠죠. 키노트를 짜거나 발표내용을 준비할 때에도 그 쪽을 염두에 두시는 게 좋습니다. 좀 더 많은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중간중간에 질문포인트를 많이 만드세요. 테마는 너무 밝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은 적절한(ㅋㅋㅋ 사실 이런말도 무책임합니다만 ㅜ_ㅜ) 테마가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공간이 가진 상징성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럼 발표주제에 따라 각 공간별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해 보죠.


주제와 공간의 연관성 [1] : 논쟁적인 주제를 다룰 때


1번 공간에서는 발표자가 청중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좀 더 강한 어필을 할 필요가 있죠. 논쟁적인 주제에 대해 말하는 여러 가지 관점에 대해 밝히고 그중 하나의 관점을 집어들어 깊이 파고든 다음 그 당위성을 주장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겁니다. "이 주제에 대한 관점은 A B C가 있는데, 이러저러한 이유가 있으니 A가 맞는 거야. 알아들어?" 하는 식이죠.


반면 2번 공간은 청중이 발표자를 장악하는 상황입니다. ① 논쟁적이면서도 사회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주제는 2번 공간에서 가급적 다루지 않는 게 좋습니다. 논쟁적으로도 전개할 수 있고 비논쟁적으로도 전개할 수 있는 주제는 비논쟁적으로 전개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논쟁적으로 전개해야만 하는 주제는 관점 A B C에 대해 언급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결론은 유보적으로 내리는 게 좋고, 질문/답변 시간에 이런저런 의견을 받아 최종적인 결론에 다다르는 게 가장 안전합니다. ② 논쟁적이기는 하지만 거의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주제를 다룬다면 이런 저런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다가 사회적인 합의와 같은 내용의 결론에 다다르는 게 가장 무난하고요. "동성연애에 대한 관점은 이런저런 게 있는데, 젊은 사람들의 반응은 주로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상관없다. 그러나 내 친구중에 동성연애자가 있다면 그와의 관계를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이런 식이더라." 하는 결론. 어떤 주제이든 이런 상황에서는 청중과 발표자가 논쟁하거나 청중끼리 말싸움하다가 시간 다 잡아먹을 위험이 있으므로, 적절한 시점에 끊어주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3번 공간이라면 조금 자유롭죠. 관점 A B C에 이야기한 다음 청중과 의견을 주고받거나 청중끼리 간단히 토론을 시키는 것처럼 인터랙티브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주제와 공간의 연관성 [2] : 지식전달에 가까운 주제를 다룰 때


1번 공간에서는 최대한 간략하고 명확하게 지식을 전달하고, 그 결론이나 의의를 단정적으로 어필하는 쪽이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좋습니다. 지금까지 읽으셨다면 그 이유가 짐작되실 겁니다.


2번 공간에서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청중을 좀 웃기면서 전달하는 게 좋습니다. 청중이 이해하기 쉽게 내용을 한번 더 풀어주는 게 좋고 내용을 풀어주는 과정에서 오류가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합니다. 그리고 발표내용의 결론이나 의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약간의 여유공간을 두는 게 낫습니다. 괜히 결론지었다가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거 아닌가요?'하는 직격탄을 얻어맞을 수 있으니까요. (1번이나 3번 공간에서도 그런 직격탄을 맞을 수 있지만, 공간의 특성상 그 '확률'이 좀 줄어드는 것 뿐입니다. 어설픈 발표자는 1번 공간에서도 살아남기 힘듭니다)


3번 공간은 공간이 다 그렇듯이 발표자 하기 나름입니다. 1번처럼 압박해 들어갈 수도 있고 2번처럼 유쾌하게 갈 수도 있죠. 지식전달에 가까운 주제 특성상 청중과 상호작용을 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공간의 특성을 살리도록 합시다.


휴… 공간 하나 다루는데도 제법 힘이 드네요. 다음 주제로 넘어가도록 합시다.


─────────────── [ 2. 화면 구성의 상징성 ] ───────────────

자세한 내용은 제가 올리는 다른 글을 통해 풀어갈 생각입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간단히 다루고 넘어가도록 하죠.

 
화면 구성의 예 : [1] 위압적인 화면구성


블랙 테마에 딱딱한 폰트로 작업을 하면 위압적인 분위기를 냅니다. 발표자가 권력을 잡기에 좋죠. 화면에 나오는 내용과 청중의 도식(schema)이 다소 차이가 나더라도 그 내용에 대해 의문을 품기가 다소 어렵죠. 이런 상황에서 발표자가 적절한 설명을 한다면, 그것을 납득한 청중이 자신의 도식을 조절(accommodation)하는 결과에 쉽게 다다르기도 합니다. 발표자의 의견을 피력해야 하는 주제를 다룰 때 이러한 화면구성을 택한다면 좀 더 강하게 어필할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난해한 주제를 위압적으로 구성한 화면을 통해 전달하려 하면, 발표자가 어지간한 말빨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청중이 완전히 굳어버려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주제가 난해하다면 화면 구성에서는 약간 힘을 빼서 청중이 숨을 쉴 여유를 주는 게 좋습니다. ─발표를 준비하는 남성분들은 이 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남성이 자주 범하는 실수입니다!


주의할 점 한 가지 더. 위압적인 화면구성을 할 때 그 내용과 청중의 도식이 완전히 불일치한다면 청중은 그에 대한 반감을 느껴서 겉으로는 듣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불신하고 의심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발표자 입장에서는 제대로 뒷통수 맞는 것이죠. (공간의 상징성에서 이미 한 번 나온 이야기지만, 역시, 어설프면 뼈도 못 추립니다) 위압적으로 화면을 구성을 할 때 내용에 특히 신경써야 합니다.


화면 구성의 예 : [2] 밝고 화사한 화면구성


밝고 화사한 색을 사용하고 발랄한 폰트를 쓴다면 어떻게 될까요? 좀 더 유쾌해지겠죠. 비교적 가벼운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발표를 할 때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쓸데없이 발랄한 화면구성은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대학생 연애풍속도에 대한 발표에나 적합할 만한 화면구성과 폰트를 자연과학이나 철학 발표에 쓰면 그걸 보는 사람들 마음이 잔뜩 들떠서 어려운 내용이 더욱 머리에 안 들어오고 이쁜 화면이나 실컷 보다가 발표가 끝나면 남는 것 하나 없는 게 보통입니다. 제발 그런 조합은 쓰지 맙시다. ─발표를 준비하는 여성분들은 이 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여성이 자주 범하는 실수입니다!


밝고 화사한 화면구성은 발표자가 의견을 피력할 때 큰 힘을 실어주지 못합니다. 1번 공간에서 청중을 쥐고 흔들고 싶으시다면 위압적인 화면구성으로 가시는 게 낫습니다. 반대로 2번 공간에서 청중을 즐겁게 해야 한다면, 밝고 화사한 화면구성이 좋겠지요.


화면 구성의 예 : [3] 편안한 화면구성


중채도~저채도 색상을 주로 사용해 편안하고 내추럴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부드러운 폰트를 쓰는 화면구성입니다. 여러 가지 주제와 발표목적에 두루두루 어울리는 편입니다. 발표자와 청중이 같은 수준의 권력을 갖고 있는 3번 공간에 특히 잘 어울립니다. 청중에게 위압감을 주지도 않고 들뜨게도 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청중의 참여를 이끌어내기에 좋습니다.


다만 이러한 화면구성은 너무 편안한 나머지 청중에게 지루함을 줄 수도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재미 요소를 많이 투입하시고 돌발질문을 준비하고 필요한 상황에 던질 유머를 찾아놓는 등의 탄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무난한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편안한 화면구성을 할 때 이 점에 신경써야 합니다. 화면이 무난하다고 발표자까지 무난해서는 안 됩니다. 그럼 다들 디비잡니다!


화면 구성의 예 : [4] 다이나믹한 화면구성


발표자가 별다른 권력의 우위를 갖지 않은 상황에서 (2번 공간에서 발표를 할 때라든가) 청중을 장악하고 싶다면, 블랙-레드-네이비와 같은 강렬한 배색을 사용하고 역동적인 이펙트를 충분히 집어넣은 키노트의 비주얼로 그들을 압도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만 합니다. 온갖 기교란 기교는 다 부려보는 것이죠.


하지만 선뜻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청중이 비주얼에 압도당할 뿐만 아니라 발표내용까지 비주얼에 압도당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 발표는 확실히 화면 효과도 화려하고 멋있었어… 근데 무슨 내용이었더라?" 하는 겁니다. 신나게 카메라 광고를 했는데 김태희만 떠오르고 올림푸스는 떠오르지 않는 경우입니다. 김태희는 신나겠지만 광고주 입장에선 열받는거죠. 같은 원리입니다. 키노트 준비한 사람은 신나고 발표자는 열받는겁니다. 키노트와 발표를 한 사람이 모두 준비했다면, "아하, 키노트를 멋지게 짤수록 반응이 좋군" 하고 생각하면서 갈수록 키노트의 비주얼에만 신경을 쓰게 되는, 그래서 갈수록 메시지는 허술해지고 키노트 기교만 화려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주객이 전도되는 꼴이죠. 이래서는 안 됩니다. ─기교파 여러분들은 이 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청중들은 당신의 메시지를 원하지, 당신의 키노트를 원하는 게 아닙니다.


─────────────── [ 3. 발표자의 상징성 ] ───────────────

지금까지 공간과 화면구성의 상징성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생각보다 강한 영향을 주죠? 발표자의 상징성은 발표 내용을 완전히 뒤집어놓을 정도로 강력하고 파급범위도 훨씬 넓습니다.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1960년, 제35대 미국 대통령 후보인 닉슨과 케네디가 TV토론을 할 때입니다. 케네디는 며칠 푹 쉬면서 컨디션을 조절한 상태였고, 닉슨은 최후의 순간까지 참모들과 대책회의를 여느라 지쳐 있었습니다. 충분한 휴식을 취했던 케네디는 힘이 넘치는 모습이었지만 일에 절어 살았던 닉슨은 창백하고 축 처진 모습으로 방송에 나왔죠. 라디오로 토론을 듣기만 한 사람은 열심히 준비해 온 정책을 잘 설명한 닉슨이 훨씬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TV로 토론을 지켜본 사람은 케네디의 젊고 활기찬 모습에 매료되었습니다. 라디오 청취자보다는 TV시청자가 훨씬 많았고…


이미지 관리에 성공한 케네디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웃기는 이야기 같지만, 사실입니다.


프리젠테이션은 청중이 당신을 지켜보는 겁니다. 당신의 이미지가 매력적이라면 당신의 메시지도 매력적으로 들릴 확률이 높고 당신의 이미지가 믿음직하다면 당신의 메시지도 믿음직하게 들릴 확률이 높습니다. 이미지의 희생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닉슨이 아닌 케네디가 되어야 합니다. 타고난 외모를 쉽게 바꾸는 건 힘든 일이죠. 그렇다면 이미지 관리를 위해 무엇을 신경써야 할까요?


① 컨디션 조절


발표 준비에 최후의 박차를 가하겠답시고 전날 밤을 꼬박 새워가면서 대본을 외우고 어쩌구 하는 건 미련한 짓입니다. 팀 작업을 할 때, 아무리 늦어도 발표 전날 오전까지는 최종 발표물이 나와 있어야 합니다. 그 전에도 상당한 수준의 디테일을 포함한 발표의 레이아웃은 합의되어 있어야 하고요. 발표 전날 밤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해서 자신의 컨디션을 조절해야 합니다. 몽롱한 상태에서 완벽하게 외운 대본을 중얼거리는 발표자보다는, 사소한 실수를 몇 번 해도 활기차고 원기왕성하게 발표를 진행하는 발표자가 훨씬 좋은 발표자이고 매력적인 발표자입니다.


② 코디/스타일


정확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의사가 가운을 걸치지 않고, 학자가 학사모를 쓰지 않고, 법관의 법복을 입지 않았다면 그들은 (그딴 얼간이 같은 근거로) 전 세계 사람들을 속이지 못했을 것이다" 와 비슷한 말이 있습니다. ─지금 와서 레퍼런스를 찾으려니 검색하기가 힘들군요. 용서를 -_-;;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이 입는 옷에는 이런 힘과 권력이 있답니다. 물리학에 대한 내용을 발표할 때는 물리학자가 자신의 서재애 앉아 인터뷰할 때의 복장(약간 촌스러운 패턴의 가디건이나 니트, 거기에 면바지 정도?)과 같은 연출을 하고 패션에 대한 내용을 발표할 때에는 아무리 패션감각이 없어도 좀 빼입어야 뭐가 좀 먹혀들어갑니다. 논쟁적인 주제나 전달적인 주제에 대해 발표할 때는 대학교수나 강사의 옷차림을 흉내내는 게 좀 더 도움이 되죠.


③ 언어


막힘없이 탁월한 언변과 자신감 넘치는 어조는 도움이 됩니다. (그게 지나쳐서 건방져지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발표자 딴에는 강마에를 흉내낸 건데 청중의 눈엔 같잖은 죄민수로 보이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고!) 이러한 말빨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좋은 책을 열심히 읽으며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과 학자가 논지를 전개하는 방식을 익히도록 합시다.


④ 시선과 태도 및 제스처 그리고 빌드 타이밍


이 세 가지 요소는 발표자가 주도권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기본적으로, 발표자는 청중과 눈을 마주쳐야 합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Eye Contact의 중요성 때문이죠. 대본에 코를 파묻고 읽느라 정신이 없는 발표자는 청중의 시선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대본을 쳐다보지 않고 청중과 눈을 마주치려면 발표 내용을 외우고 완전히 쥐락펴락할 경지에 이르러야 합니다. 간당간당하게 외운 상태라면 시선을 자유롭게 돌리기 힘들거든요. (사실 저도 여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답니다 -_-;;)


이상적으로 시선을 배분하려면 너무 한곳만 뚫어지게(혹은 멍하게) 쳐다봐서도 안 되고 청중을 훑어보면서 감시하듯 눈을 휙휙 돌려서도 곤란합니다. 적절한 때에 구석구석 시선을 돌리면서 가급적 많은 청중과 눈을 마주치는 게 핵심인데 이것은 좋은 발표를 많이 보고 스스로 발표를 많이 해 보면서 경험을 쌓으면서 익숙해지는 게 가장 좋습니다.


태도 및 제스처. 이것을 의식적으로 조절하려면 역시 발표 내용을 빠삭하게 익힌 상태여야 합니다. 자세를 곧게 해야 하고 동작이 흐늘흐늘 늘어져서는 안되며 가끔씩 돌아다니기도 하고(연단 범위에서) 화면을 가리키기도 하고 손도 좀 움직여 줘야 합니다. Eye Contact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경험.


마지막으로 빌드 타이밍입니다. 이 타이밍은 사격과 같습니다. 필요한 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너무 빨라서도 안 되고, 목표물이 움직이고 있다면 목표물의 이동방향 쪽으로 총구를 당겨 예측사격을 해야 합니다.


[ 여성분과 미필자를 위한 또 다른 비유 ] 버스에 올라탈 때 교통카드 단말기 앞까지 가서 멈춰선 다음 카드를 대면 늦죠. '삐빅'하면서 카드가 인식되기까지는 약간의 딜레이가 있고, 당신이 서 있는 그 짧은 딜레이 동안 당신의 줄 뒤에 서 있는 사람들도 덩달아 멍청하니 서 있어야 하죠. (출근시간에 이러면 분위기 흉흉해집니다 -_-;;) 버스에 올라타는 사람들의 흐름이 끊기지 않으려면 당신이 단말기 앞을 지나가기 전에 미리 손을 뻗어 카드를 대고 있어야 합니다. 빌드 타이밍도 같은 원리입니다.


2초짜리 Build In을 하면서 이야기와 동시에 버튼을 누르면 당신의 이야기는 2초동안 끊깁니다. 당신이 버튼을 누르지 않고 다른 사람이 키노트(혹은 파워포인트)를 조작하는 상황에서 키노트 오퍼레이터가 제때 버튼을 누르지 않는 상황이라면, 그래서 당신이 '다음' 이라고 말한 후에야 버튼을 눌러 Build In이 벌어진다면, 흐름이 끊기는 시간은 5초에서 10초까지로 길어질 수 있습니다. 청중의 집중력이 흩어지기에 충분한 시간이죠.


오퍼레이터가 당신의 수족처럼 행동할 수 있을 정도로 숙련되지 않았다면, 프리젠터를 사용해 발표자가 직접 키노트를 조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덧붙여서, 이야기가 끊기지 않으려면 Build In 시간을 감안해 미리 버튼을 눌러야 당신이 그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할 때 Build In이 완료됩니다. 이것이 빌드 타이밍의 예측사격입니다. 일일이 신경쓰기 귀찮으시다면 1초짜리 Dissolve같은 Build In을 주로 사용하시고 버튼을 누르면서 "이러한 것들로는, 첫째," "둘째," "그 다음으로는…" "마지막으로…"와 같은 접속사를 집어넣는다면 Build In이 일어나는 동안의 공백을 잠시나마 메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항을 충실히 지킨다면 당신은 믿음직하고 유능한 발표자와 같은 이미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겁니다.


< 마치며 >

은근히 글이 길어졌네요.


키노트 이야기만 줄줄이 늘어놓다 보니 스스로 심심해지기도 하여서(ㅋㅋ) 간만에 딴길로 샜네요. 발표를 준비하시는 분들이 스쳐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발표 내용 자체보다는 그 상징들(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용)에서 발표의 성패가 갈리는 현장을 많이 목격해 왔기 때문에 그에 대해 한 번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오늘 탄력받은 김에 적어보았습니다.


이 내용을 그대로 전부 받아들이기는 어려우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판적으로 읽어보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몇 가지 취한다면, 여러분의 발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긴 내용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만간 다음 편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p.s. 제가 쓴 내용을 다시 살펴보니 거의 사회적 견지에서만 고찰을 했군요… 쩝. 언젠가 시간이 나면 철학적이거나 심리적인 견지에서 다시 쓸 날이 오겠죠. 서론에서 너무 크게 판을 벌였다는 후회가 듭니다.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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