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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온도 - 조진국 산문집

by 금단현상 2020.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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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ixabay.com

 

외로움의 온도
국내도서
저자 : 조진국
출판 : 해냄출판사 201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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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온도 : 조진국 산문집

저자 소개 (Yes24)
드라마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 [운명처럼 널 사랑해] [소울메이트] [안녕, 프란체스카]를 집필했다. 작품의 배경음악을 직접 디렉팅하기도 하여,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필체를 지닌 ‘음악 잘 아는 작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사람이 많은 도시를 선호하면서도 혼자 있는 걸 즐기고, 무작정 밝은 것보단 은근한 슬픔에 끌린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외로운 틈을 메우기 위해 오늘도 더 많은 노래를 찾아 듣고 더 열심히 글을 쓴다.


목차
처음으로
프롤로그
1장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사랑이다
   1. 얼그레이를 마시며 당신에게
   2.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
   3. 무비스타가 되고 싶었어
   4. 언젠가는 보졸레 누보
   5. 악녀는 프라다를 멘다
   6. 행운의 타로카드
   7. 흔해 빠진 사랑 얘기
   8. 내게 맞는 배역
2장 세상에 똑같은 냄새를 가진 사람은 없다
   9. 냄새는 지문처럼 가슴에 새겨진다
   10. 이름 없는 여자
   11. 예뻐서 슬픈 여자
   12. 누구라도 사소하듯이
   13. 내 안의 달
   14. 어느 봄날의 시나리오
   15. 엄마의 이불
3장 왠지 건널 수 없는 저편의 그가 말해주는 것
   16. 고맙습니다
   17 우리는 친구였다
   18 아버지와 나스타샤 킨스키
   19 앉은뱅이꽃 당신
   20 그녀의 비누 냄새뿐
   21 그것만은 기억하지 말아요
   22 슬픈 게임
   23 천만 원어치의 행복
   24 훔친 귤은 맛있다
4장 더 행복해지지 위해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동안
   25 손의 마법
   26 이게 다 조상 탓이다
   27 아버지의 이름으로
   28 바람 속을 걷는다
   29 녹아버린 팥빙수
   30 인생이란 크리스마스
   31 그놈은 무서웠다
   32 낭만의 화신
   33 나는 사는 게 재밌다
5장 내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건, 문득 움켜쥐게 된 담담한 추억 한 움큼
   34 담배 피우는 여자
   35 가을이 싫은 이유
   36 한 입으로 두말하는 인간
   37 거북이를 위하여
   38 젊음은 한바탕 서커스다
   39 열정이 사라진 자리
   40 그리움이 미움을 이기는 날


청춘은 원래 아픈 것이라는 격려에도 힘은 나지 않고, 주위 사람들의 ‘열심히’라는 말만 지친 등을 떠밀고 있습니다.
     - 프롤로그

청춘을 왜 파랗게 새싹이 돋아는 봄철이라고 했는지를, 다 울고 난 지금에서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그건 아마도 젊음이라고 부르는 얼어붙은 땅을 맨발로 다 지난 다음에서야 비로소 마음속의 파란 봄철을 맞이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청춘은 기어코 견뎌야 할 통과의례다. 울고 난 다음에야 속이 후련해지는 것처럼, 지나간 다음에는 반드시 웃는 얼굴로 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러니 청춘의 한가운데에 있는 피로한 젊음들이여, 파란 싹을 틔울 때까지 어떻게든 포기하지 말고 조금만 더 힘을 내자.

     -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

서른이 됐을 때도 우린 전화로 비슷한 얘기를 나눴다. 앞으로 나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터널의 중간에 갇힌 것 같다고 했다. 남들은 이 나이에 결혼도 하고 뭐라도 이루는데, 우리는 조마조마하게 재계약과 다음 달 방세를 걱정하고 있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무비스타가 되고 싶었지만 우리는 분칠한 피에로였고, 반짝이는 별이고 싶었지만 단지 별을 밝혀주는 어둠일 뿐이었다.
     - 무비스타가 되고 싶었어

의상학교를 다니는 동안엔 꽤 주목도 받고 칭찬도 들었는데, 경제 사정 때문에 끝까지 전공을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 외국 나가서 공부한다고 친구들과 파티까지 하고 왔는데, 어떻게든 잘산다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지금 사는 게 잘 사는 거 맞냐며 웃었다.
그 웃음은 눈물을 닮아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내내 그 웃음이 마음에 걸렸다.
     - 언젠가는 보졸레 누보

친구는 일 때문에 서울과 부산을 직접 운전하면서 오갔는데, 그날은 안개가 심하게 낀 날이었다. 문득 사는 게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꽉 막힌 새벽의 도로와 뿌연 안개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이 마치 남은 인생처럼 느껴졌다.
     - 언젠가는 보졸레 누보

인생의 밤에서 대낮으로 넘어가는 그 시간을 기다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꿈을 꾸고 힘겹게 버둥거리다 지쳐간다. 이러다 영원히 낮이 안 올지도 모른다고 포기하고, 절망으로 극한 결심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낮은 꼭 온다. 내가 생각했던 그 그림의 낮이 아닐 수도 있지만, 꼭 한 번은 찾아온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
     - 행운의 타로카드

사랑이 변한다는 걸 알면서도 왜 사랑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잠깐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돈은 사람을 멋지게 만들어주고, 명예는 사람을 우아하게 만들어주지만,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건 사랑이라는 걸 믿으니까. 내가 사람 냄새나는 사람이길 바라듯 나 또한 그런 사람에게 여전히 끌리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 내게 맞는 배역

그녀는 남편이 간절하게 보고 싶을 때는 무엇보다 그 사람의 냄새가 생각난다고 했다. 평소에 이렇게 밥을 먹고 친구를 만나고 영화를 보고 똑같이 생활하다가도 문득, 보고 싶다고 했다. 갑자기 툭, 그립다고 했다. 그 사람의 냄새가 너무 그리워서 누군가 푹 하고 가슴을 찌르듯이 아프다고 했다.
남편이 떠난 후 그녀는 매일 밤 미처 빨리 않고 둔 남편의 옷을 끌어안고 자는데 그 옷에서 남편의 냄새가 나면 마음이 안정되면서 겨우 잠든다고 했다. 그런데 그 냄새가 매일 조금씩 옅어진단다. 이제 나 정말 떠나요. 여보, 라고 손을 흔들고 뒷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남편의 냄새가 서서히 사라진다며 옅게 웃었다.
     - 냄새는 지문처럼 가슴에 새겨진다

같은 향기를 가진 사람은 여럿 있지만,
세상에 똑같은 냄새를 가진 사람은 없다
냄새는 결코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 냄새는 지문처럼 가슴에 새겨진다

한낮을 한참 넘겼는데도 개지 않고 그대로인 이불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게을러서 치우지 않았다는 느낌이 아니라 부엌이나 문지방처럼 한 번도 움직인 적 없이 계속 그 자리에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주름진 이불 위로 햇빛이 뒤척이고 있었다. 뜬금없이 외로운 기분이 들었다.
     - 이름 없는 여자

연모가 아니라 연민이었다.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 그럼에도 전혀 도움이 되어주지 못하는 서로.
     - 내 안의 달

행복은 결코 '그때'에 있지 않다
그리고 '언젠가'에도 없을 것이다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 자리, 지금 나와 같이 있는 이 사람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이것들에만 있는 것이다
     - 엄마의 이불 / 천만 원어치의 행복

고맙습니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내가 여기까지 남아서 버티게 해줘서. 결국은 당신을 만나게 해줘서. 어떻게든 모자란 나를 끌어안아줘서. 하느님, 고맙습니다.
     - 고맙습니다

향기는 마지막까지 남는다. 안에 담겨 있던 것들으 다 덜어내고 눈에 보이는 것들이 아스라이 사라져도, 보이지 않는 향기만이 남아서 추억을 마지막까지 챙긴다. 그 향기마저 사라질 때, 진정 모든 것이 없어지는 것이다.
     - 그녀의 비누 냄새뿐

누군가의 손을 잡는다는 게
이렇게 큰 힘을 발휘한다는 걸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전해 줄 수도 있겠구나.....
     - 손의 마법

결국 사랑을 정하는 것은 받는 사람의 몫이다.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 주는 것을 무관심이라 느낄 수도, 계속되는 강요를 끊임없는 애정으로 풀이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주는 사람이 더 어려운 것이 사랑이다.
     - 담배 피우는 여자

가을이면 가을답게 사는 것이다. 아무리 짧아도 가을은 가을인 것이다. 미리 겨울을 준비할 필요도 없고, 지나간 여름에 미련둘 필요도 없다. 지금 이 사랑에 타들어가고, 지금 이 사랑에 젖으면 되는 것이다.
     - 가을이 싫은 이유

젊음은 산바탕의 서커서다. 곡예를 하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조마조마하지만, 통과한 다음에는 즐거운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서커스다. 그러니 차라리 웃자. 웃다가 다시 울게 되더라도 웃고 있는 동안에는 신나게 웃자.
     - 젊음은 한바탕 서커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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