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RDream July 2008 / 최연 교수의 리더십 칼럼
약 10여 년 전부터 우리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우리 사회 여러 곳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 되었다.
종교기관, 비영리단체, 학교 등의 조직에서는 물론 기업 및 군에서도 21세기의 대안적 리더십 개념의 하나로 주목을 받아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이미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써번트리더십의 개념을 받아들이고 있다.
몇몇 권위 있는 전문가들은 써번트리더십을 21세기 미국 사회의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 파라다임으로 꼽기도 한다.
써번트리더십은 무엇인가?
어디에서 그 개념이 나온 것인가? 그것은 과거의 리더십과 무엇이 다른가? 왜 그것이 21세기의 정보지식사회를 위한 리더십 대안으로 주목 받게 되었나? 기업 경영에 응용할 수 있을까? 있다면 써번트리더십과 관련한 오해와 신화는 없나? 오늘은 이런 얘기를 해 보려고 한다.
하나는 신약성경에서 예수가 제자들에게 가르친 리더의 원리에서 나온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그린리프라는 사람이 30년 전에 저술한 책에서 소개된 것이다. 이 중에서 산업계와 경영자 커뮤니티에는 그린리프가 더 잘 알려져 있으므로 그 얘기부터 하도록 한다.
그린리프는 미국 AT&T에서 고위 임원으로 퇴임한 후 새로운 리더십 파라다임을 추구하며 [써번트리더십]이라는 책을 1977년에 출판했다. 그는 미국이 이룩한 찬란한 산업문명 속에서 수많은 거대 기업, 교회, 학교, 관공서들이 과연 인간의 필요에 제대로 봉사하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그런 거대한 조직들의 리더들은 과연 어떤 동기로 경영에 임하고 있는가? 그들은 과연 인간과 사회에 진정한 봉사를 하고 있는가? 그 부하들은 인간으로서 배우고 성장하고 있는가? 그들은 리더로 인하여 더욱 건강하고 현명하며 자유롭고 자율적인 인격체로 변화하고 있는가? 그리리프는 이런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받는 리더를 써번트리더라고 하였다.
그린리프(Robert Greenleaf)가 써번트리더십의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헤르만 헤세의 동방순례(Journey to the east) 이야기라 한다. 그 순례자 그룹에는 레오라는 사람이 있었다. 레오는 식사준비 등의 뒷바라지는 물론 저녁 때에는 지친 순례자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면서 격려해 주는 사람이었다. 그들 순례의 구석구석 어디에나 그의 존재가 묻어 있었다. 그런 레오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자, 순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엉망이 되고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비로소 레오가 그 순례를 이끌었던 진정한 리더였음을 깨닫는다.
이 이야기가 제시하는 리더의 이미지는 종전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리더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것이다. 군림하고 지시하는 모습이 아닌 지원하고 격려하는 모습이다. 또, 섬기고 돌보는 리더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자칫하면 그린리프의 핵심 포인트를 놓칠 수 있다. 그것은 써번트리더십이 단지 돌보고 챙겨주는 일을 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린리프는 그러한 돌봄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지속적인 학습과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학습과 성장은 보다 차원 높은 비전을 지향하고 있어야 한다.
그린리프의 생각은 당시의 상황에서는 때가 이른 것이어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주목을 받았다. 그 소수에는 하버드와 MIT의 학자들이 있었지만, 써번트리더십은 1970년대의 리더십 이론의 메이저리그에 진입하지 못했다. 그러나, IT혁명이 세계를 급격히 바꾸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새로운 불확실성의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리더십 파라다임이 필요했다. 써번트리더십이 새 대안의 하나로 부상한 것도 이때이다. 이 시기에는 MIT의 피터 셍게(Peter Senge)가 학습조직의 개념으로 경영사상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한편, 20세기 경영학의 구루로 알려진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다가오는 세기의 경쟁력의 원천을 지식경영으로 갈파했다. 그런데, 셍게의 학습조직이나 드러커의 지식경영의 개념은 모두 그린리프의 써번트리더십의 이념을 담고 있다. 즉, 리더는 조직구성원의 지속적인 학습과 성장을 촉진하여 조직으로 하여금 사회에 봉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써번트리더십의 또 다른 출처는 성경이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너희 중에 큰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누구든지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마태복음 23장 11,12절)고 말하였다.
예수는 자신이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요, 도리어 섬기기 위함이라고 말하였다. 리더십의 본질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추종하도록 하는 영향력이다. 이렇게 볼 때,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사람들로부터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자발적인 추종을 받아온 리더는 단연 예수이다.
그런 예수의 리더십의 핵심이 바로 섬기는 리더십이다. 그런 면에서 써번트리더십은 당연히 우리의 주목의 대상이 된다.
리더십 이론가 중에 켄 블렌차드(Blenchard)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1970년대에 상황적리더십이론으로 학계에도 인정 받고 또 리더십컨설팅으로 돈도 많이 벌었다. 그는 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런 그가 예수를 만나고 써번트리더십의 전도사로 변신하였다. 예수는 아버지를 도와 목수 일을 하다가 30세에 비로소 세상에 나와 천국복음의 선포자가 되었다. 영생의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12 사람을 뽑아 제자로 양육하였다. 현재 예수를 따르는 사람은 21억명이다. 예수는 그들과 모든 것을 같이 하며 그들을 가르치고 또 발을 씻겨 주기까지 섬겼다. 이러한 예수리더십을 잘 들여다보면 여기에도 섬김, 돌봄과 함께 제자양육 즉 학습과 성장의 요소가 있음을 알게 된다. 앞서 말한 그린리프의 써번트리더십의 개념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써번트리더십은 조직구성원들을 섬겨 그들이 보다 능력 있고 성숙하고 주도적인 또 다른 리더들로 양성하는 리더십 파라다임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리더십은 조직을 학습조직으로 만들고 사회적 변화와 요구에 민첩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해 주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섬기는 것이 단순히 부드러운 인간관계를 목적으로 하는 관계지향적 리더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린리프는 써번트리더의 10가지 특성을 말하였다.
써번트리더의 10가지 특성
즉, 경청(listening), 공감(empathy), 치유(healing), 자아인식(awareness), 설득(persuasion), 비전(conceptualization), 예지(foresight), 청지기정신(stewardship), 사람의 성장에 대한 헌신(commitment to the growth of people), 공동체 세우기(building community)이다. 여기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섬기는 리더십은 비전과 통찰력,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헌신 그리고 자신에 대한 명철한 인식과 각성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한편 예수의 써번트리더십에 대하여는 기독교계에서 좋은 서적이 많이 출판되었다. 대개는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기독교인들의 리더십 계발을 위해 쓰여졌으나, 경영자나 일반 독자들을 위해 쓰여진 것도 있다. 필자가 쓴 자기변혁적리더십 이론도 그 중 하나이다. 이 이론은 예수의 섬기는 리더십 원리를 심리학과 경영학의 차원에서 재구성한 것이다. 그 내용은 여섯 가지 행동원리로 요약되어 있는데, “P1:담대히 도전하자, P2:기적을 창조하자, P3:기쁨을 나누자, P4:희망을 말하자, P5:이웃을 섬기자, P6:모범을 보이자” 이다. 여기서 P1-P2-P3는 도전-창조-나눔의 원리로 자기혁신과 자아실현의 원리이고, P4-P5-P6는 희망-섬김-모범의 리더십영향력의 원리이다. 필자의 관찰로는 성서에 소개된 예수는 이 여섯 가지 행동 원리를 실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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